입시 시작하기 직전에 우연히 A교수님이 열어주신 줌미팅에서 인사는 했지만 사실 자세한 이야기는 못 나누었었는데, 그래도 나를 기억해주시고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한 번 응원을 받고 나니 용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나를 가까이에서 응원해주신, 내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결과도 얼추 나왔으니 겸사겸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고, 추천서 요청할 때 급히 요청드리느라 이메일로 했기에 이번에는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J교수님께 결과가 나오기도 해서 겸사겸사 연락드린다고 하니 점심을 같이 하자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뵈러 갔다.
교수님께서는 잘됐을 거라고 예상하신 모양이었다.
너무 죄송하지만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기로 했다.
"잘 안 됐어요 교수님.."
"그래? 정말?"
"네.. 그래도 아직 웨잇리스트 한 곳이 있긴 해요."
"그렇구나. 괜찮아, 근데 원래 박사 한 번에 가는 사람 잘 없어. 재수가 많고, 삼수도 진짜 많아. 근데 세 번까지 하면 결국은 가더라고. 고생 많이했어. 다음엔 잘 될 거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해주시는 그 말씀이 참.. 감사했다.
까먹기 전에 A교수님께 들은 피드백을 J교수님께도 말씀드렸더니, 아주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셨다.
"회사는 사람을 뽑을 때,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본다. 잠재력보다는 현재 능력을 보고 채용하지. 하지만 학교는 달라. 학교는 잠재력을 보고 뽑는 곳이야."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a는 능력치 0, b는 10. b는 직장 경력이 있어 지금 10이지만, 졸업하고 나면 한 40쯤 될 것 같아. 근데 a는 책을 100권 읽었대. 아직 보여줄 건 없지만, 왠지 내가 잘 가르치면 폭발할 것 같잖아. 그럼 교수는 b보다 a를 뽑을 수도 있어. 왜냐면… b는 뻔하니까 재미가 없거든. 교수 입장에선 a를 성장시키는 게 훨씬 재밌고 보람 있지 않겠어?"
나는 아마 b에 가까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살짝 씁쓸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다. 잠재력을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직장인 같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까?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이 새로 오픈하신 갤러리에서 그림 이야기를 오래 나눴고, 가장 비싼 그림도 맞췄다. “그림을 좋아하네!”라는 칭찬도 받았다. 히히.
유튜브, 사업, 강연 등 요즘 새로 시작하신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유튜브는 이제는 “안 하면 안 되는 시대니까” 시작하셨다고.